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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의 몽타쥬, 강렬함을 넘어
박성준(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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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돌의 몽타쥬, 강렬함을 넘어》展 개요

○ 전시기간 : 2024. 11. 12.(화) ~ 2025. 2. 23.(일)
○ 관람시간 : 10:00 ~ 18:00
○ 전시장소 : 대구예술발전소 3층 미디어팩토리 
○ 참여작가 : 박성준, 범진용, 진상태
○ 주최주관 :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대구예술발전소
 

비의미적이며 비표현적인, 부유하는 파편들 

아마도. 전시장에 들어선 당신은 매우 당혹스러운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회화 작품이 걸려있는 벽은 전시의 작품을 관객들에게 환하게 제시하지 않으며 작품 사이의 여백마다 추상적 사운드와 나레이션이 결합되어 관객의 동선에 침투합니다. 이는 어쩌면 하나의 영화 내지는 공연의 경험과 유사한데, 그럼에도 객석이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정해져 있는 플롯을 따라가는 선형적 구도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그것들과는 상당한 차이점을 보이기도 합니다. 예술 장르들의 모여짐. 그러나 그 연결이 너무나 느슨하여 결합이라는 형태로 귀결되지는 않는. 또한, 여기에 작품의 내용적 교차가 진행됩니다. 그러나 매우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는 작품들의 소재는 현대 예술이 ‘도착(倒錯)’되어 있는 장소에서 자라난, 어쩌면 이제는 너무 숙성되어 당장이라도 떨어질 듯한 열매로 여겨지는 의식과 무의식, 꿈과 그들의 파편들입니다. 


영화사에서 ‘파편(fragment)’이라는 말을 사용한 대표적 감독인 브레송(Robert Bresson)은 해당 개념을 ‘절대적 가치가 없는’ 이미지, 자기 완결적이지도, 자기 충족적이지도 않은 이미지로 사용합니다. 그 자체로는 비의미적이고 비표현적인 이미지인 ‘파편’만이 다른 이미지(파편)와 만나 변화하고 변형되어 함께 새로운 형태와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죠. 영화적 진실이란 미리 주어진 것이거나 재현해야 할 것이 아니라, 이미지/파편들의 이러한 만남과 관계로 이루어지는 ‘파편화’ 과정을 통해 ‘발견’되고 ‘조우’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영화적 몽타주의 파편은 현대 예술에 ‘외삽(Extrapolation)’ 되었습니다. 관객들은 극장에서의 경험과는 다르게 신체의 자유를 허락받지만, 오히려 화면이 고정된 채 감상하는 영화보다 제한적 메시지를 제공받게 됩니다. 


융합예술가인 박성준과 회화 작가 범진용, 실험음악가 진상태. 이들 3인이 제공하는 일련의 작품군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관객들에게 쉽사리 작품의 의미를 표상하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다행인 것은 작품 주변에 잔재하는 꿈과 기억의 조각들이 난해한 비-표상적 징후만이 아닌 어쩌면 관객들과 공명하는 보편성으로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일종의 ‘타블로 비방(tableau vivant)’으로 혹여는 비영화-연극적 ‘미장센’으로서 관객과 호흡하는 현대 예술의 단면입니다. 이 곳에서 관객들은 전시장에 부유하는 파편들을 수집하여 자신만의 기억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에 놓이게 되는데요. 이에 전시의 의미는 특정할 수 없는 익명의 사건으로 존재하게 됩니다. 따라서 해당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단서는 오직 당신의 기억 속에서 발견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당신이 자신 앞에 놓인 이 사건을 해결하고 싶을 때에만 말이죠.


유원준(미학, 영남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