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작가님의 이전 작업은 꿈의 내용을 기록하고, 이를 각색하여 재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꿈속의 장면이나 사건을 기록하게 된 시점 혹은 이유에 관해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입대 전에 특이한 꿈을 꾸게 되었고, 그 뒤로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작업을 할 때 소스로 쓰기 위한 목적도 있었어요.
“건물은 높고 뾰족하며 내부는 아치형인 문을 열고 들어간다.
건물 내부의 한 가운데는 강물이 흐른다.
강물은 앞문에서 뒷문까지 연결 돼있다.
곤도라를 타고 강물을 따라 천천히 나아간다.
양옆은 초가 밝혀져 있고 각종 종교들의 신들이 조각상으로 계단마다 놓여있으며 촛농이 두껍게 쌓여있다.
은은한 촛불과 촛불에 비치는 흔들리는 조각상들의 그림자들 덕분에 분위기는 몽환적이다.
뒷문까지 다다를 때, 문은 자동으로 열린다.
밖에 짙게 깔린 푸르스름한 안개를 헤치고 노를 젓는다. 어렴풋이 저 멀리에 있는 산이 보인다.”
범진용, 「19980218 그림의 시작」, 1998
3. 그렇다면 꿈 일기, 즉 ‘무의식의 기록’으로부터 풍경이나 주변 인물과 같은 ‘일상적 경험’으로 작품의 주제나 색채가 변화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불면증에 걸려 작업실 주변을 산책하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주로 인적인 드문 공원과 같은 곳이었고, 버려진 장소에서 자라는 풀들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게 시리즈가 되었습니다. 인물 작업의 경우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시작되었어요. 버려진 장소의 풀과 풍경, 인물 작업의 공통점은 평범하고 사소한 것들의 특별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