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자의 동선을 생각해서 분명하게 몰입해야 하는 순간과 조금 느슨하게 빠지는 순간의 강약 조절을 시도했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아요. 헤드셋을 사용하는 것과 공간음으로 사운드를 받아들이는 것은 전혀 다른 인상을 주거든요. 그런 부분들을 저나 진상태 작가님이 여타의 경험을 통해 설계했다고 보시면 될 거예요. 진상태 작가님이 사운드를 작곡하실 때, 전체를 다 같이 들어도 어울리도록 만들어두셨어요. 그래서 서로 부딪히지 않는 형태가 돼요.
3차원의 공간 안에 사운드까지 들어왔을 때를 미리 계산하는데요. 그러한 것들을 고려하는 입장에서 지금 예술발전소의 사운드 구현 환경은 좋지 않았는데, 그에 맞춘 최선의 결과물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조건과 여건이라는 게 존재해요. 작가는 끊임없이 조건을 만들어요. 그런데 여건이 안 갖춰진단 말이에요. 그러면 조건을 수정하거나 여건을 만들어야죠. 이런 과정은 눈에 띄지 않는 영역이라 감상자의 입장에서는 쉽게 지나치게 되는데, 창작자로서는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에요.
7. 전시장에 다가선 관람자의 위치에 반응하는 사운드, 3막에서 작품에 관람자의 행위가 반영되는 부분 등에서 분명 작품과 관람자 사이의 상호작용이 나타나기는 하나, 전시 공간이, 그리고 조명 장치가 관람자의 멈춤과 이동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확한 지적이고요. 그 부분이 어떤 ‘의도’로 받아들여질 때가 있고, ‘제한’으로 여겨질 때도 있는데요. 여러분이 게임을 한다고 생각해 볼게요. 게임 중 벽이 존재하고 그걸 뚫고 지나갈 수 없는 경우에, 그럼 그것은 뭐라고 정의할 수 있나요? 그런 것들은 설계와 디자인의 영역인데요. 개인적인 편차가 있겠으나 평균을 맞추려고 노력했어요. 사실 1막의 경우 3분 50초 정도가 제가 생각했던 적정 런닝타임이었어요. 그랬으면 아마 자연스럽게 흘러갔을 텐데 실제로는 그것보다 한 1분 정도가 길어요. ‘멈춤과 이동’이라는 측면에서 딱 그만큼이 불편하지 않았나 싶어요. 하지만 그 부분은 전수조사를 하지 않는 이상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라 생각해요. 그런데 진상태 작가님의 다른 의견이 있기도 했고, 다른 관람자 중에는 그 부분을 온전히 듣고 싶은 분들도 있다는 가정하에 여러 논의 후 그렇게 결정되었어요.
사운드를 구축하는 작업을 드로잉으로 생각해 봤을 때, 단색을 쓰는 것과 세 가지 색을 쓰는 건 완전히 다른 접근과 방법이 필요하잖아요. 이처럼 사운드 채널이나 효과가 추가될 때마다 여백도 남겨줘야 하고 관람자의 위치도 계산해야겠죠. 조명을 컨트롤하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그림을 그릴 때 관람자의 시점 변화를 생각하잖아요. 범진용 작가님의 작업과 내러티브를 접하면, 왜 이 그림에 인물 배치가 이렇게 되는지가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시선이 닿는 위치를 고려하고, 관람자들이 내러티브의 흐름과 시점의 이동을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게끔 사운드와 조명을 컨트롤했어요.
8. 작가님이 작업을 기획하실 때, 의미와 전략 중 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무엇인가요. 둘은 분명 공명하는 개념이기는 하나 작품이 내포한, 혹은 지향하는 의미와 이를 드러내는 전략 중 더 고민하고 신경 쓰는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건 지금 말씀해 주신 것처럼 공명하는 개념일 텐데요. 최초의 아이디어 단계에서는 여러 개 중 하나를 고르기 위해 노력하고, 그 이후에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그것에 맞춰서 공을 들이죠. 영화의 작업 방법에 비유하자면, 프리 프로덕션(시나리오 및 콘티 등 제작 준비) 단계에서 ‘의미’를 고민하는 거고, 이후 ‘전략’은 프로적션과 포스트 프로덕션(촬영과 편집) 단계를 거치면서 만들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글을 쓰더라도 같잖아요. 어떤 개념을 잡고 아이디어가 생겼을 때, 아이디어만 좋다고 좋은 글이 나오지 않잖아요. 후의 과정에서 고민을 많이 해야 하고, 또 그렇다고 그 과정만 있다고 글이 좋아지진 않잖아요? 결국 ‘선택과 집중’이 문제네요.
9. 전시장에 들어서면 관람자가 멈춰 서게 되는 여러 지점과 전시장 내의 면면들이 있는데.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혹은 가장 의도대로 잘 구현된 부분은 어떤 부분일까요.
개인적인 영역인 것 같긴 한데, 제가 마지막 부분이 좋다고 느낀 건 그 그림(범진용, < 나옹 >, 2022)을 좋아해서 그렇지 않나 싶어요. 그리고 그림과 사운드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 같아서요. 1막의 경우에는 시작 부분에 관람자가 몰입할 수 있게끔 수정을 많이 거쳐서 좋았고... 아쉬운 것밖에 생각이 잘 안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