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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 순간의 실험
진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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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저는 음악을 하고 있는 진상태라고 합니다. 누군가는 소리 전반을 다룬다고 이야기하고, 공연 기획자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고, 또 실험 음악가, 사운드 아티스트 등 여러 명칭이 있지만, 그냥 한 문장로 얘기한다면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고 하는 게 가장 적합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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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의 몽타쥬, 강렬함을 넘어》 포스터, 전시 전경
2. 《충돌의 몽타쥬, 강렬함을 넘어》를 통해 시각 예술을 다루는 작가님들과 함께 하나의 공간을 구성하신 것으로 압니다. 전시에 참여하게 된 동기와 함께, 다른 작가님들과의 협업에 있어 주요하게 고려했던 부분이나 새롭게 느낀 바에 관해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기획자이신 박성준 작가님이 제안을 주셨고, 제가 그 제안에 흥미를 느껴서 전시에 참여하게 되었는데요. 이번 전시는 범진용 작가님의 그림과 내러티브가 중심이 되고, 그에 맞춰 박성준 작가님이 공간을 구성하고 연출하는 작업이라 이해했어요. 물론 상황에 따라 수정되는 부분이 있기는 하겠지만, 사전에 의도한 바가 잘 구현될 수 있게 최대한 준비를 하는 것이 주요했던 것 같아요. 그러한 가운데 저는 사운드트랙을 맡았고, 기획자의 디렉션에 맞춰 음악을 만들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저의 해석과 의견도 반영되었지만, 기본적으로 그곳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들이 명확했기 때문에 그에 맞춰 어떤 음악을 만들 것인지 또 그것이 다른 두 작가님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에 초점을 두고 음악을 만들고 소리를 배치했어요.
전시를 준비하다 보니 서로의 작업 프로세스를 깊게 보게 되더라고요. 누가 어떤 작업을 할 때 필요한 과정들을 자세하게 접하고, 그들의 방법론을 공유 받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작업에서도 이런 시도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어요. 가령, 작업에서 공간성을 더 신경 쓰게 되거나, 다른 사물과의 연결점을 고민하게 되거나 하는 부분이 생기더라고요.


3. 전시장 내의 사운드는 내레이션과 함께 효과음이나 타격음 등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해석의 여지와 감상의 영역이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작가님이 본 전시의 사운드를 작업에 관해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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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의 몽타쥬, 강렬함을 넘어》 2막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1막 부터 3막까지의 모든 사운드가 하나의 음악으로 들리게 하는 것’이었어요. 그곳은 사실 음악을 틀기에 적절한 곳이 아니에요. 전체적으로 너무 울리고 전기가 고르지 않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변수가 발생할 수 있었어요. 어차피 사운드에 부적합한 공간이라면, 그리고 여러 소리가 섞여 들리는 것을 관람자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 조건에 맞춰서 아예 하나의 음악처럼 들리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느끼셨을지 모르겠으나 공연도 마찬가지였거든요. 공연에 사용된 음악을 다 같은 음조와 템포로 만들었어요. 그것들이 섞이면 그 자체가 하나의 음악처럼 구성되고, 너무 지나치지만 않다면 그 가운데 가끔 불규칙한 것들이 튀어나오더라도 충분히 한 덩어리의 사운드로 녹여낼 수 있거든요. 아마 전시 공간에 하드디스크를 활용한 장치가 더 많았다면 상당히 혼란스러웠을 거예요. 딱 그 정도가 적당히 타격감을 주는 사운드로 공간에 섞일 수 있겠다고 여겼고, 박성준 작가님도 이에 동의했죠. 아마도 전시를 여러 번, 또 소리에 귀를 기울여 봐주신 관람자가 있다면 느끼셨을 거라 생각해요. 전시장 내의 공간음이 어디에서 들어도 거슬리지 않으면서 전시의 각 부분을 감상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 정도에서 믹싱되는 것을 목표로 했고 어느 정도 그것을 이룬 것 같습니다.


4. 전시장 내의 내레이션이 범진용 작가님의 꿈 일기라고 알고 있습니다. 내러티브를 회화로 표현하는 것과 사운드로 전달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을 텐데요. 예를 들어, 억양이나 말투, 호흡에 따라 전달하는 감정이 달라질 수 있고 효과음이나 배경음에 따라 달리 해석될 여지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은 어떻게 조율해서 작업을 이어가셨을까요.

내레이션은 박성준 작가님이 작업을 해서 주셨고, 저는 그 텍스트의 파편에서 오는 느낌을 파악하려고 애를 많이 썼습니다. 특히, 범진용 작가님이 가지고 있는 정서들을 알고자 했어요. 그래서 평상시에 어떤 음악을 좋아하시는지, 작업을 할 때 어떤 음악을 듣는지 묻곤 했죠. 그런 것들을 통해 느껴지는 그분의 정서가 있잖아요. 누군가가 좋아하는 음악, 플레이 리스트를 보면 느껴지는 무언가. 그걸 나름대로 파악하고, 몇 곡을 들려드렸을 때 범진용 작가님이 상상외로 많이 좋아해 주셔서 되려 조금 놀랐어요. 음악적 취향이 맞는다고 해서 결과물이 다 좋게 느껴지지는 않거든요. ‘내가 알아채 보려고 했는데, 잘 됐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죠. 범진용 작가님과 박성준 작가님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에 초점을 맞추고 작업을 한 것이 유효하지 않았나 싶어요. 


5. 해체된 하드디스크를 활용한 사운드 작업을 이어오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이를 이번 전시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작가님께서 해당 장치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운드를 어떻게 정의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가령, ‘이 장치는 악기인지 혹은 일종의 조각 작품으로 볼 수 있을지’ 더불어 ‘해당 사운드는 음악인지 노이즈인지’와 같은 질문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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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하드디스크를 사용한 작업을 거의 20년 가까이 해왔어요. 사람이 무언가를 긴 시간을 해오다 보면 질릴 때가 있잖아요. 저도 그럴 때가 있긴 했는데, 계속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이걸 증폭해서 뭔가를 보여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악기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한테는 이 장치를 악기로 드러내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이것을 전시에 쓰자고 했을 때는 사실 걱정스러웠어요. 괜찮을 거라고 제안해 주신 건 박성준 작가님이에요. 전시장 내에 이를 배치한 의도 혹은 이걸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지에 관한 부분을 박성준 작가님께 여쭤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그 공간에 채워진 음과 하드디스크 장치에서 만들어지는 소리의 결이 상당히 다른데, 그 구분되는 지점들로 인해 만들어지는 새로운 효과나 느낌이 있을 거라 여기신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제 악기를 전시하는 것이 국내에서는 처음인데 이런 순간이 한 번쯤 오긴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더불어 음악과 노이즈에 관해, 이제는 그 구분 자체가 무의미한 시대에 살고 있지 않나 싶어요. 통상적으로 사람들이 노이즈를 듣기 싫은 무언가 혹은 없애버려야 할 무언가로 치부하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어떤 음악이 되게 듣기 싫을 때도 있지 않나요? 그럼 그 순간 음악은 그냥 노이즈가 되는 거죠. 그런데 그게 또 누군가에게는 아주 좋은 음악으로 들리잖아요. 이처럼 노이즈에 대한 상대적인 정의가 충분히 가능할 만큼 시대는 다원화되었고, 노이즈가 어떤 소리 중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각자의 음악 작업에 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그러한 시대의 반영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것은 음악이고, 어떤 것은 노이즈다.’라고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6. 앞서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던 공연(‘Over Montage’)에 관해 짧게 언급해 주셨습니다. 전시 공간 내에서 회화 작품, 그리고 조명 효과와 더불어 감상하는 음악 공연이 새롭게 느껴졌는데요. 이처럼 음악을 위한 공간 아닌 곳에서 진행되는 공연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번 공연에 관해 먼저 이야기하자면, 사실 그 공연은 제가 하고 있는 즉흥 음악 혹은 실험 음악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전시를 위해 제작했던 여러 사운드 중 전시에 반영되지는 않았으나 공연으로 풀어낼 수 있을 만한 것들을 구성해서 만들어 본 것이고요.
미술관은 사실 말씀해 주신 것처럼 음악을 위해 조성된 공간은 아니죠. 이러한 곳에서의 공연이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제 도전 의식을 자극하는 부분이 있어요. ‘내가 이런 곳에서도 소리를 가지고 뭔가 할 수 있구나. 그럼 공간이 조금 여의치 않더라도 극복해 보리라.’하는 생각으로 임하게 되는 부분이 있고요. 다만, 이제는 조금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어요. 미술관 측은 때때로 ‘사운드 아트’라는 이름으로, 꼭 그게 아니더라도 여러 다양한 방법으로 소리를 받아들이고 그들의 공간 안에 끌어들이고 있음에도 그것을 위한 환경 조성과 투자에 인색하지 않나 싶어요. 다행스러운 점은 이러한 문제를 오랫동안 제기해온 사람들이 있었기에 이것이 문제라고 느끼는 관계자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고, 그러므로 기준이 바뀔 조짐이 보인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7. 마지막으로, 세 분의 협업을 ‘충돌의 몽타쥬’라고 정의하셨는데, 작가님이 의도한 ‘충돌’은 어떠한 의미인가요.

저는 ‘충돌’이 별개의 에너지가 섞이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러한 과정이나 지점을 설명할 여러 단어가 있겠지만, 이번 전시가 함의하고 있는 바를 드러내기에 ‘충돌’이라는 단어가 가장 유효했던 것 같아요. 충돌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여러 파편이 거기에 널려있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각각의 파편, 에너지가 펼쳐지는 과정을 나타내기에 적합한 단어였던 것 같아요.

덧붙여서 박성준 작가님의 제안 덕에 제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것들 그리고 오랫동안 하지 않았던 것들을 이런저런 핑계로 해볼 수 있어서 좋았고요. 제 작업이 두 작가님께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모르겠으나, 가까이서 작업을 같이 하면서 그분들의 방법론에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예를 들면, 저도 공연 설치 등을 기획할 때 센서 기반으로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들었고요. 회화 작가들이 무언가 생각나면 붓을 먼저 잡듯, 나도 그런 상황에 내가 이전에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붙잡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앞으로의 작업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들이 뭔지 점검해 보고, 한 발짝 물러서서 여러 부분을 고려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Interviewer_손지영(KNOT:)

진상태 @jinsangtae
노트(KNOT:) @knot_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