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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비집을 지어요
대구지하철참사 23주기 추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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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참사 23주기 추모전
아빠, 나비집을 지어요
윤근 + 윤지은

2026. 2. 11. (수) - 2026. 3. 1. (일)

기억은 바닷가의 모래성과 같아서, 시간이 지나면 파도에 쓸려가 버리거나, 반쯤 남기도 하며, 드물지만 온전히 남기도 합니다. 순간순간 쌓아 올린 조잡한 성들은 약한 파도에도 쉽게 무너지지만, 천천히 그리고 정성껏 쌓았던 소중한 성들은 거센 파도를 맞아서도 좀처럼 무너지지 않습니다.

2003년 2월 18일, 중앙로역에서 많은 시민들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23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요? 어떤 모래성을 쌓아야 할까요? 그들은 점점 잊히고 있습니다. 세월이라는 파도가 그들을 가만히 두지 않겠지요. 그러나 누군가는 그 파도에 맞서고 있습니다. 파도가 모래성의 절반을 가져가도, 아니 그 전체를 집어삼킨다 해도, 누군가는 모래성을 쌓고 또 쌓을 것입니다.

이번 전시는 기억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평범한 한 아버지가 먼저 떠난 딸을 기억하는 방식에 대한 전시입니다. 그 안에는 잊히게 하려는 자와 잊지 않으려는 자의 끈질긴 싸움도 보입니다. 뭇 생명붙이에 대한 사랑과 연민이 그의 아프고도 슬픈 기억 속에 공존합니다.

모래 한 움큼 보태드린다는 마음으로 이번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그들의 이름이 잊히지 않게, 그들의 희생이 지금을 살아가는 생명들에게 무의미하지 않게 말입니다. 파도는 계속 밀려올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기억하는 한, 이 모래성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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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대구지하철화재참사 23주기를 맞아 추모전 《아빠, 나비집을 지어요》가 오는 2월 11일부터 3월 1일까지 공간리상춘(대표 김기수, 김미련)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2003년 2월 18일 발생한 대구지하철화재사고로 딸을 잃은 아버지 윤근이 운영해 온 온라인 카페의 방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구성된 아카이브 형식의 전시다.

대구시는 오랜 시간 지하철참사를 도시의 부끄러운 역사로 간주하며, 이를 공식 기억에서 지우려는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윤근은 참사의 진실을 간직해서 역사를 올바르게 쓰기 위한 일념으로 참사를 끊임없이 기억하고 기록하는 개인적 실천을 지속해 왔다. 《아빠, 나비집을 지어요》는 바로 이 사적인 기억의 축적이 어떻게 하나의 공적 아카이브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시다.

전시의 출발점이 되는 윤근의 온라인 카페는 사이버 공간에 구축된 비공식적 아카이브로, 참사와 관련된 다큐멘트 자료와 함께 딸을 잃은 슬픔을 품은 채 자연의 뭇 생명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담아 기록된 사진, 영상, 단상, 추모글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윤근의 사진과 글에는 자연의 생명들을 향한 섬세한 관찰과 사유가 담겨 있다. 이는 단순한 자연 기록을 넘어, 사라진 존재를 기억하고 생명의 존엄함을 성찰하는 시적 언어로 확장된다. 윤근은 이 기록을 통해 희생자들의 생명과 그 죽음의 의미가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현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온라인상의 기록물을 오프라인 전시장으로 옮겨와 아카이브 형식으로 선보인다. ‘다큐멘트 아카이브’는 참사와 관련된 자료를 여섯 개의 주제로 분류하고, 이를 다시 각각 두 개씩 총 열두 개의 폴더 파일로 재구성해 제시한다. ‘사진 아카이브’는 윤근이 집 주변의 자연과 동식물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아낸 사진과 그에 덧붙인 단상 및 추모글 가운데 41점을 선별해 컬러 프린트로 제작하고, 액자에 담아 전시장 세 면의 벽에 전시한다.

비디오 아카이브에서는 시골집과 그 주변 풍경, 가족의 일상 등을 기록한 수많은 영상 가운데 생명에 대한 예지적 시선을 담은 일곱 편을 선별하여 상영한다. 이 아카이브 자료들은 2014년 대구지하철참사 11주기 기획전 《CMCP》의 한 섹션에서 처음 공개된 바 있으며, 이번 23주기를 맞아 다시 선보이게 됐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2014년 전시에 포함되지 않았던 새로운 자료들이 추가된다. 윤근이 딸 윤지은의 결혼 선물로 주기 위해 유아기부터 사고 발생 16일 전까지 약 25년간 녹음해 온 딸의 목소리가 담긴 카세트테이프와 이를 바탕으로 한 사운드 작업이 함께 전시된다. 또한 《CMCP》 전시 이후 지난 12년간 참사와 관련해 벌어진 일들에 대한 소회와 현안을 담은 윤근의 인터뷰 영상도 추가되어, 기억과 기록의 시간이 현재로 이어지는 지점을 드러낸다.

대구지하철화재참사 23주기 추모전 《아빠, 나비집을 지어요》는 공간리상춘이 주최하고 리카(이상춘현대미술학교)가 주관한다. 전시는 2026년 2월 11일부터 3월 1일까지 진행되며, 관람 시간은 오후 1시부터 6시까지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휴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