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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리상춘 개관전 《이상춘 아카이브》
이상춘현대미술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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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1일, 대구광역시 중구 남산동 26번지(2층)에 ‘공간리상춘’이 현대미술 전시공간으로 탄생했다. 공간리상춘은 일제강점기 당대 아방가르드 예술 양식(다다이즘, 미래주의, 초현실주의, 구성주의)을 통해 민족 독립과 노동자, 농민 해방을 위해 투신하다 일제의 탄압으로 수차례 옥고를 치른 끝에 28살의 나이로 요절한 대구 중구 출신의 미술가 이상춘(李相春, 1910-1937)의 전위적 예술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개관하게 되었다. ‘공간리상춘’은 2020년에 창립한 ‘리카(RICA, Ri Sang-Chun 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이상춘현대미술학교)’와 2012년에 창립한 지역의 아티스트 콜렉티브 ‘로컬포스트(Local post)’가 공동으로 결성한 공간이다.

이상춘의 존재는 2019년 대구예술발전소에서 3.1운동 100주년 기념으로 기획된 《대구아트레전드: 이상춘》 전시회를 통해 처음으로 깊이 있게 조명되었으며, 이 전시를 통해 그의 예술적 활동 및 미술사적 업적, 생애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지역미술계와 학계에서는 이상춘이 이인성과 이쾌대 못지않게 중요한 지역 미술가임을 역설하고 조명하는 활동을 해왔으며 그 필요성을 인식했다.

이어서 2019년 대구예술발전소 전시에 참여했던 미술인들이 주축이 되어 이상춘의 사회참여적 예술정신을 계승하고, 지역에서 현대미술(contemporary art) 교육과 전시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 2020년 ‘리카’를 창립하여 현재까지 지역의 젊은 미술인들을 중심으로 매년 현대미술 강좌와 전시를 개최해 오고 있다. 대안 미술대학 성격의 리카 강좌와 전시는 글로벌 자본주의로부터 비롯된 다양한 문제를 비판적으로 다루는 현대미술의 맥락에서 기획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까지 네 번의 기획 전시는 로컬 이슈에 집중해 왔는데, 생태문제(금호강 팔현습지), 젠더갈등(대구퀴어문화축제), 종교문화갈등(대현동이슬람사원건립), 미술제도(미술대학 교육, 이인성미술상), 민주주의 문제(박정희동상건립) 등을 주요 이슈로 다뤄 왔다. 로컬포스트는 그룹의 이름에 걸맞게 지역성의 특수성을 보편성으로 확장하여 글로컬한 프로젝트를 펼치는 아티스트 콜렉티브이다. 다원예술과 소셜아트, 공동체 예술의 영역에서 예술과 예술, 지역과 국경, 예술가와 관람자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펼치고 있다. 행동주의 예술에서 뉴미디어아트까지 스펙트럼을 확장하며 온-오프라인의 플랫폼에서 활동하고 있는 12년차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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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리상춘은 일제강점기 예술을 통해 사회 변혁을 시도했던 이상춘이 그러했던 것처럼, 오늘날 현대미술로 특칭되는 예술의 개입을 통해,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렇다 할 변화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대구의 변화를 모색하고자 한다. 앞으로 공간리상춘은 지역예술인들에게 현대미술의 주요 담론과 흐름을 소개하는 교육프로그램 ‘리카 세미나’와 지역의 정치, 역사, 문화, 예술 등 대구의 ‘동시대성’에 관해 탐구하고 지역 이슈에 초점을 맞춘 ‘리카 기획전’을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대구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잠재력을 탐색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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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리상춘은 개관전시로 《이상춘 아카이브》展을 3월 26일 시작해서 5월 11일까지 개최한다. 이상춘은 아방가르드 예술가로서 당대 첨단 매체, 즉 판화, 삽화, 포토콜라주, 포스터, 잡지 발행, 그래픽 디자인, 무대장치, 이론, 교육 등을 통해 거리에서, 극장에서, 일상 공간에서 조선의 민중과 집적 소통하며 일제 식민지 현실을 극복하고자 했다. 따라서 그는 언제나 일제 당국의 감시를 받거나 수배 중에 작업 활동을 펼쳤고, 결국 수차례 검거되어 수감되면서 그의 작품은 온전히 남아 있을 수 없었고, 실제로 모두 유실되고 말았다. 그렇지만 그의 치열한 삶과 작품 세계가 마치 부재했던 것처럼 취급하는 것은 결코 온당치 못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간리상춘은 2019년 기획전 《대구아트레전드: 이상춘》을 준비하며 결성된 아카이브 팀의 조사를 토대로, 특히 일제강점기 당시의 신문, 잡지, 개인 소장 기록물과 사진 등을 발굴해 이상춘의 작업과 생애를 복원하여 조명하는 《이상춘 아카이브》 전시를 준비하게 되었다. 공간리상춘의 개관과 이번 《이상춘 아카이브》 전시를 통해 지역의 시민, 미술인, 관련 인사들이 이상춘의 열정적이고 다채롭고 혁명적인 예술 활동을 접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또한 매우 저평가된 이상춘의 예술적 업적을 재조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