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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완전
송하니 (MUSEUM1 선임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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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육각형 인간'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하였다. 이 용어는 외모, 자산, 학력, 집안, 성격 등 모든 측면에서 완벽한 사람을 칭하는 단어로, MZ 세대 젊은이들이 특별히 노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인물을 선망하는 경향을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가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과도한 SNS 이용과 미디어 발달 등을 통해 남들과 쉽게 비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육각형 인간'은 완벽한 인간을 추구하는 열정과 긍정의 의미뿐만 아니라 동시에 좌절의 표현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사회 안에서 우리는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 해소를 못한 채 살아간다. 그리고 SNS를 좇아 살아가는 문화와 현재의 사회적 환경은 이 욕망을 더욱 강조하고, 완벽한 삶을 추구하는 이상만을 바라보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 안에서 완벽한 나를 찾는 것은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 중 하나 일지 모르나, 그 여정에서 우리는 자기 성찰과 현실과의 조화를 찾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심리학자 토머스 커런(Tomas Curran) 박사팀이 약 4만 명 이상의 학생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지금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남들에게 완벽함을 보여줘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일본 전통 미의식인 ‘와비사비(わびさび)’를 제시하여 남들과 사회가 만들어낸 기준으로부터 벗어나 ‘영구적이지 않은 것과 불완전한 것의 아름다움에 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와비사비’는 훌륭한 상태에 대한 열등한 상태를 뜻하는 말로, 무언가 부족해 보이지만 그 내면이 충실함을 뜻하는 불완전함의 미학을 나타내는 일본의 문화적 전통 미의식 또는 미적 관념 중 하나다. 이번 전시는 화면을 무언가로 가득 채워낸 것이 아닌 비워낸 여백의 의미를 통해 우리의 삶 속에서 추구해야 할 본질은 무엇인지 고민해 볼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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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원, < 풀은 자라나고 >, 혼합매체, 가변설치, 2023
구도원은 자연에 감응되어 그 속에서 편안함을 느꼈던 기억이 주요한 작업 요소로 사용된다. 이는 작가가 새롭게 해석한 자연의 풍경이라 할 수 있으며, 인간이 존재하는 시점의 사회 모습을 반영하기도 한다. 회화를 전공한 작가는 최근 '터프팅' 작업을 시작하며 기억의 흔적을 공간에 표상하여 부피를 가진 사물로 치환하는데, 이와 같은 조형적 실험은 작가의 경험에 상상력을 더한 또 다른 공간을 만들어 낸다. 작가는 살아가면서 온전하게 간직하는 감정이 아닌 상처받고 깨어지며 성장해 가는 우리의 삶의 모습을 작품에 투영한다. 상처인 것 같은 감정의 파편들은 시각화되어 그 자체로 간직하며 살아가는 아름다움임을 나타낸다. 이처럼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감정의 모습을 작품에 담아 제시하며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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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카카, < 바니타스 >, 파라핀 왁스, 가변설치, 2023
변카카는 독일 유학시절 레스토랑에서 요리사로 일하며 식재료로 사용된 생물들에 대한 연민을 느끼면서 자연 순화의 개념에 대해 고민했다. 이후 식문화를 배경으로 음식의 생명력을 몸으로 전달하는 과정 속 삶과 죽음의 유기적 관계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 파라핀 왁스를 이용한 먹음직스럽고 유혹적인 디저트를 형상화한 < 바니타스 >(2023), 열기로 손의 흔적을 남기고 열기가 가시면 흔적조차 사라지는 미디어 < 가립 >(2023)과 같이 변카카는 찰나와 순간을 다룬다. 이로써 언제나 우리가 생의 한 가운데에 죽음에 사로잡혀 있음을, 삶은 영구적이지 않으며 우리는 현재에 집중하여야 함을 깨닫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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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혜,  < untitled >,  스펀지, 가변설치, 2023
홍지혜는 둘러싼 환경에 예민하게 감응하며, 주로 현대인이 느끼는 인식에 관심을 두며 구체적으로 소외되고 외면되는 것들을 소재를 가지고 작업해왔다. 자신의 주변 환경을 탐구하며 주목받지 못한 장소와 위치, 사람들이 목격한 것뿐만 아니라 한번 스쳐 지나가거나 둘러싼 사건 등의 파편들을 모아 큰 덩어리로 만든다. 물리적인 방식을 선호하는 작가의 작품은 3차원 공간을 점유하며, 이로써 주목받지 못한 채 간과된 것들이 기록되며 인지된다. 작가는 나아가 이를 확장하여 작품과 공간이 관계 맺는 법 그리고 관람자가 이를 인식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 '와비사비'는 우리에게 불완전함과 일시적인 순간들에서 아름다움과 만족을 찾는 법을 가르친다. 이는 완벽함과 영구적인 것에 대비되며, 우리 삶의 필연적인 불완전함과 무상함을 받아들이고 소중히 여기는데 중점을 둔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정도의 차이는 필연적일 수 있겠다. 하지만 다름에 대해 논하고 그것을 혐오하는 행위 대신 우리는 그저 이 틈의 지점에서 놓쳐버린 것들을 차분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번 전시는 현재 사회가 만든 완벽함에 대한 가치를 받아들이는 다양한 관점을 확장하려는 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