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캐와 부캐가 공존하고, 자아가 ‘몇 개인지’ 이번 생은 ‘n 번째인지’ 이야기 나누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더욱 골똘히 ‘나’자신에 관한 의문을 갖고 있다. 나를 ‘나’로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라고, 다시 말해 소위 ‘정체성’이라고 하는 것에 관해 말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며 무리를 지어 살아가도록 진화했고 그렇지 못한 경우 무리에서 제외되었다. 수백만 년 전부터 이어온 인간 고유의 습성은 우리를 타인의 시선 앞에서 당연히 자유로울 수 없게 만들었고, 누군가에게 받은 인정을 자양분 삼아 성장하고 발전하게끔 길들여졌다.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좋아하는 것’을 찾기보다 ‘해야만 하는 것’을 더욱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교육받아 왔다. 현대사회의 시스템은 개인의 자유를 보장시켜 주지만 새로운 종류의 의존을 낳았다. 인간은 더욱 독립적, 자립적, 비판적이 되었으며, 동시에 더 고립되고 고독해지고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이번 전시는 3명의 작가가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느낀 고민과 갈등에 대해 조명하고, 그들이 고찰하는 과정을 관람객이 함께 좇으며 마주하게 될 ‘본질적인 자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나’를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 나에 관한 물음은 평생에 걸쳐 통과하는 터널일 것이다. 작가들은 끊임없이 ‘자아’라는 대상을 고민과 갈등 그리고 사회적 문제 현상에 대입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때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생각의 흐름을 들여다보고 이상과 현실, 과거와 현재의 대립을 오가는 과정은 작가 본인의 주체성을 전제로 한다. 그리한 후 각자 직면한 문제와 그에 대한 목소리를 시각적 결과물로 치환해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