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이전글 다음글
우리를 위한 미술
간질간질간질
“'간질간질간질’은 기존의 견고한 사회의 구조를 ‘현대미술’로 간지럽히고자 하는
 김태욱(디자인), 박성호(미술이론), 백승현(시각예술)으로 구성된 아티스트 콜렉티브이다.
 우리가 실천하고자 하는 현대미술이란 기존의 형식주의 모던아트(Modern Art)를 거부하고
 동시대에 대한 개념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던지는 컨템퍼러리 아트(Contemporary Art)이다.
 즉 미술을 위한 미술이 아니라, 사회를 위한 미술을 지향한다.
우리는 글로벌 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수많은 병폐와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능성, 합리성, 효율성으로 점철된 일상을 파괴하여 인간의 창조성이 발휘되는 새로운 상황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팔짱을 낀 채 진지한 얼굴로 지금의 상황 위에 서 있는 견고한 구조는
 그 구조를 해체시키기 위한 강한 힘을 가할수록 더욱더 마음의 문을 닫고 우리에게 등을 돌릴 뿐이다.
‘간질간질간질’은 아이들의 놀이와 같은 유희적인 현대미술을 통해
 등을 돌려버린 구조가 마음의 문을 열고 우리를 향해 활짝 웃는 얼굴로 돌아서길 희망한다.”

  • - 간질간질간질 작업노트 中 -
IMG_0099_2.jpg
1.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성호- 안녕하세요. 저희는 동시대의 여러 문제를 현대미술로 다뤄 견고한 사회구조를 변형시키고자 하는 아티스트 콜렉티브 간질간질간질입니다.

태욱- 조금 덧붙이자면 간질간질간질은 사회의 견고한 구조나 제도를 일방적인 방법으로 변화 혹은 부수는 것이 아니라 팀명 그대로 간지럽히는 것을 지향합니다. 비유하자면 무표정한 사회 제도를 간지럽혀서 웃게 만들고 싶다랄까요? 


1-1. 디자인과 시각미술, 미술이론 전공자들로 구성된 팀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술 이론을 전공한 구성원이 작업을 하는 데 있어 어떤 역할을 해주고 있나요.

태욱- 작업의 개념을 설정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실기를 공부한 저는 작업을 떠올릴 때 형식적인 부분, 외적인 이미지를 많이 떠올리는 데, 이론을 공부한 구성원이 같이 팀에 있으면 그것과는 다른, 작업의 개념이 더 보충되는 것 같아요.

성호- 작업을 풀어낼 때 구성원들과 참 많이 충돌한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작업을 하는 과정의 디테일이 다 다르므로, 누구는 외적인 이미지로부터 출발하는 사람이 있고, 누구는 작업의 핵심 개념을 설정하고 시작하는 경우가 있죠. 그 부분이 서로 어긋났던 것 같아요. 하지만 도달하고자 하는 목적지는 같았기 때문에 과정이 조금 삐걱거리더라도 끝은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2. 사전에 제공받은 작업 노트에서 간질간질간질이 ‘미술을 위한 미술이 아닌, 사회를 위한 미술’을 지향한다고 밝히고 있었습니다. 본 콜렉티브가 정의하는 ‘미술’은 무엇입니까.

태욱- 이 부분이 제가 현대미술의 매력에 빠지게 된 이유인 것 같아요. 미술을 위한 미술은 제가 이전에 추구했던 부분인 것 같아요. 모더니즘 미술에서 회화의 순수성 탐구 같은 것 말이죠. 미술이 매체만을 계속 연구하는 것보다는 사회를 위한 미술을 지향하는 게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이제 누구나 미술가가 될 수 있고, 미술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공유할 수 있는 평등한 미술이 사회를 위한 미술인 것 같아요.

성호- 저희가 추구하는 사회를 위한 미술은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문제를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미술이 도구화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변화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죠. 사회를 기존의 방식으로 계속 바라보면 변화가 없잖아요? 다른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다면 그 자체가 현대미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_3.jpg
< 만약 정어리가 된다면? >, 2023
아이들_1.jpg
< 정어리 행진 >, 2023 (1)
단체_1.jpg
< 정어리 행진 >, 2023 (2)
3. 작업 노트 중 “글로벌 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수많은 병폐와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능성, 합리성, 효율성으로 점철된 일상을 파괴하여 인간의 창조성이 발휘되는 새로운 상황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부분에서 본 콜렉티브가 지시하는 문제와 그 영역이 매우 넓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님들 각자가 피부로 느끼는 글로벌 자본주의의 병폐의 사례는 어떤 게 있으며, ‘지루한 일상’은 어떤 의미인가요.

성호- 일상의 행동이나 자신이 추구하는 어떤 것들이 돈이라는 가치로 모두 치환되는 것이 자본주의의 병폐죠. 어떤 사람한테 커피를 사준다고 하면 단순히 사주고 싶어서 사줄 수도 있잖아요? 너무 사소한 사례일 수도 있지만, 그 사람에 대한 고마움이나 좋음이 너무 ‘사준다.’에 방점이 찍히는 느낌인 거죠. 경제로 치환이 안 되는 좋은 가치도 많잖아요? 그런데 이런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한다거나 경제적인 것들을 충족하기 위해서만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지루하다는 표현을 통해 나타나는 것 같아요.

태욱- 지루한 일상은 컨베이어 벨트 같은 삶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이 사회에서 돈은 필수가 되었어요. 우리는 이 틀에서 지루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죠. 다들 틀에 맞춰진 삶을 살아가요. 지루한 일상에서는 어떤 현상이나 사건이 발생했을 때 딱히 왜라는 질문을 안 던지는 것 같아요. 그냥 기사에서 그렇게 이야기하더라, 하고 넘어가는 거죠.


4. 한편, 현재 글로벌 자본주의가 주도적이기는 하나 어떠한 정치, 경제 체제라 하더라도 완전무결할 수는 없을 텐데요. 그렇다면 ‘미술은 언제나 저항의 형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성호- 현대미술이라면 언제나 저항의 형식으로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기서의 저항이 어떤 의미나 방식인지 묻는다면, 저는 아감벤이 이 부분을 잘 정리해 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아감벤은 동시대인을 ’이 시대에 발을 붙이고 있지만, 거기에서 한 발짝 물러나 시차를 두고 바라보는 자‘라고 정의해요. 현재 일어나고 있는 어떤 일들에 매몰되어있는 게 아닌 그곳에 발을 붙이고 있지만 메타적인 관점에서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자이죠. 현재의 어둠을 바라볼 수 있고, 그렇기에 현재에 저항할 수 있는, 그 인물이 동시대인이라고 하면 그 인물이 만들어내는 미술이 현대미술 또는 동시대 미술 아닐까요?

태욱- 저는 미술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전반적으로 이런 느낌이 들어요. 미술이 그저 오브제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생명체처럼 살아 숨쉬기 때문에 저항의 형식을 가지는 것 같은 느낌. 왜냐하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지루한 일상 때문에 사람들이 외면하거나 보지 못했던 것들을 미술가들이 보여줘서 사회를 환기해 주는 것이 미술이기 때문에 저항의 형식이 자주 보이게 되는 또 다른 이유라고 생각해요.
IMG_0093.JPG
< 이 편지는 팔현습지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 2023 (1)
IMG_0092.JPG
< 이 편지는 팔현습지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 2023 (2)
편지2.jpeg
< 이 편지는 팔현습지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 2023 (3)
편지1.jpeg
< 이 편지는 팔현습지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 2023 (4)
5.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 제기, 사회의 변화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꼭 미술의 형식이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사회 운동이나 정치 활동이 아닌 ’미술‘의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이러한 행위들이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성호- 최근에 이 문제에 관해 이런 생각을 했어요. 사회 운동이나 정치 활동은 제가 느끼기에 강압적인 것이 있습니다. 달구벌대로가 예전에는 속도제한이 80킬로였는데 현재는 60킬로잖아요? 법의 강제력을 발휘해서 60킬로로 줄였고 사람들은 강제력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따라야 하죠. 현실의 정치 활동이나 법의 집행 속에서 사람들은 빨리 달리고 싶지만 60킬로로 달릴 수밖에 없어요. 사회 운동을 통해서 법이 바뀌어도 똑같겠죠. 하지만 미술로 세상이 변화한다는 것은 여전히 80킬로로 속도제한이 정해져 있어도 사람들이 안전 또는 환경을 위해 자발적으로 60킬로로 달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안전이나 매연에 따른 환경을 생각하여 속도를 줄여나가고 나아가 자동차를 타지 않거나 가까운 곳은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 다니는 것처럼 사회가 강제하는 게 아닌 시민 스스로 바꿔나가는 것이 현대미술이 추구하는 가치가 아닐까요?


6. 더불어 간질간질간질의 활동이 미술의 영역 내에서 논의될 수 있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가요.

태욱- 앞에서 말한 바로 그 지점일 텐데요.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어떤 가치 또는 미술 더 나아가 세상을 사람들에게 강제하고 싶지 않다는 겁니다. 다만, 이야기를 나눠보자는 거죠. 미술을 통해, 우리가 만드는 작업이나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는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어요. 우리는 이렇게 생각해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꼭 이런 문답이 아니더라도, 어떤 행동이나 사진, 또는 영상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는 거죠. 그 과정에서 우리도 생각이 변하고 그들도 생각이 변한다면, 지금과는 다른 세상도 상상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IMG_0098(0001).PNG
< 이 편지는 팔현습지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 2023 (5)
7. 청문당에서 했던 전시를 봤었습니다. 이는 2023년도에 했던, < 정어리 행진 >, < 이 편지는 팔현습지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 작업의 준비와 전개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생각하는데요. 기존의 ‘행위’ 혹은 ‘운동’의 성격이 아닌 작업 현장을 노출하는 시도에는 어떤 의도가 있었나요.

성호- 모든 과정을 공유하고 싶었어요. 우리가 환경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때, 비판의 방향이 소비자에게 향해야 할까 아니면 기업에 향해야 할까. 팔현습지에 관해 생각해 볼 때, 팔현습지가 보호되어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이 문제와 왜 대구의 시민들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등 많은 이야기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우리 3명의 대화 속에서만 오고 갔죠. 그 대화를 다시 해보고 싶었어요. 우리가 아닌 그들과 말이에요. 그 과정에서 우리가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자료를 봤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모두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그 결과가 바로 청문당에서 진행한 전시로 만들어진 거죠.

태욱- 맥락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했어요. 저희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정보만 공유하는 게 아니고 왜 우리가 이런 행위를 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맥락을 전시장에 풀고 싶었어요.
33.jpeg
《그들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 3개의 질문과 3개의 프로젝트》, 2024 (1)
DSC03548.jpeg
《그들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 3개의 질문과 3개의 프로젝트》, 2024 (2)
DSC03565.jpeg
《그들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 3개의 질문과 3개의 프로젝트》, 2024 (3)
4(0002).jpg
《그들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 3개의 질문과 3개의 프로젝트》, 2024 (4)
8.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성호- 같이 작업을 하는 친구들과 더 좋은 작업을 해야겠죠. 좋은 작업이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있지만, 아직 찾아본 적 없는 가슴 뛰는 프로젝트를 한번 만나보고 싶어요. 그리고 그것만 열심히 하고 싶어요. 지금까지는 여러 가지 여건상 하나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냥 제 마음을 다 바칠 수 있는 작업을 해보고 싶달까요.

태욱- 저는 이제 콜렉티브의 디자이너로서, 오늘날 다양한 시각디자이너들이 어떻게 동시대에 맞춰 행동하고, 작업하고, 표현하는지 알아보려 합니다.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 디자이너의 시각에서 얻은 새롭고 유용한 정보와 인사이트를 콜렉티브 구성원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추가로 간질간질간질의 책을 만드는 것도 올해 목표입니다.
Interviewer_박준석(KNOT:)

간질간질간질 @gzzgzgzggzgz
노트(KNOT:) @knot_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