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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_ 캔버스로 시작되는 공간의 추상적 재현
권민주(추상미술가)
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영남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다닌 뒤 2021년도에 첫 개인전을 하면서 작가 활동을 시작한 권민주라고 합니다. 지금은 대학원을 수료하고 추상 작업과 공간 작업을 같이 진행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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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의 1지점(Quarter-life crisis)] 전시전경
2. 미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시나요?

일단 그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중학교 때부터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예고에 진학하고 자연스럽게 미대에 갔어요. 3학년 때쯤부터 학교 시스템상 3~4학년이 같이 쓰는 실기실에서 생활했는데, 그때 선배들을 보고 ‘나도 저런 멋있는 작업 해보고 싶다.’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좀 더 열심히 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전시도 그때 엄청 찾아보고 다녔죠. 그전까지 저는 인물을 그렸거든요. 인물을 그리다가 추상으로 작업을 전환하면서 교수님과 얘기를 많이 하고 선배들과도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작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4학년 때쯤 진로에 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서 미학미술사학 대학원을 갈지, 작가 생활을 할지 고민하다가 뭔가 작업을 더 해보고 싶고 지금 이 상태로 종결되기는 싫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작가 생활을 시작했고 회화과 대학원으로 가면서 운 좋게 일찍 개인전을 하게 돼서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어떠한 계기가 있다기보다는 순간순간의 선택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지 않나 싶어요.


3. 초기의 인물화 작업에 관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인물의 순간적인 표정을 많이 촬영하고 그걸 작업으로 풀어냈어요. 순간적인 감정에 관해 설명하려고 보니까 텍스트 자체가 너무 추상적이고, 이것을 시각적으로도 보여주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그것을 표현하는 데 있어 테크닉적으로도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러다가 구상적인 형태에 얽매일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작업이 추상으로 바뀌었는데, 추상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도 구상으로 작업하던 습관이 남아있다 보니까 그걸 벗어내는 데 시간이 제법 걸리고 그랬던 것 같아요.


4.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있나요?

제 작업과 관련이 있는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빌 비올라(Bill Viola, 1951- )의 영상 작업들을 되게 좋아합니다. 그 작업을 보면서 왜 사람들이 ‘마크 로스코(Mark Rothko, 1903-1970)의 작업을 보고 실신한다.’ 이런 말을 하는지 딱 느꼈던 것 같아요. 작업 보면 영상을 천천히 그리고 거대하게 보여줘서 압도되는 게 좀 있어요. 약간 스케일 크게 작업하는 걸 좋아하는 건가 싶기도 하네요. 헤르난 바스(Hernan Bas, 1978- ) 같은 작가들도 테크닉적으로 되게 재밌다고 생각을 많이 해서 찾아보는 편이기도 합니다.


5. 작가님 작업에 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제 작업은 제가 경험한 공간에서 시작되는데요. 그 공간을 다시 추상적인 형태로 재현하는 작업입니다. 소재를 선택할 때는 생경한 감정이라든가 순간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들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그런 부분이 작업을 할 때 설득력이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을 해서 요즘은 작업 과정에서 결여된 부분이라든가 결핍된 부분을 보완해 나가는 느낌으로 하고 있어요. 일상에서도 내가 발견할 수 있는 결여된 순간들이 뭐가 있을까 하고 자료를 찾아보기도 합니다. 공간을 구성하는 것에 있어서는 추상 회화에서는 다 보여줄 수 없었던 것들을 공간으로 끄집어내는 흐름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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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에 대하여, _단어를 골라] 전시전경
6. 작가님 작업에서 공간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가요?

공간을 이루는 시각적이지 않은 요소들 있잖아요. 만약 여기가 야외라면 햇빛이나 바람이 있을 수 있고 그 상황의 시간대라든가 대화를 나누는 목소리, 말의 속도, 단어들도 저는 공간에 넣으려고 하고 있거든요. 또 관객이 이것을 안에서 봤을 때 단순히 눈으로 본다가 아니라 작업 속에 들어가서 그 작업과 하나가 된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자 공간 자체를 좀 넓게 쓰려고 하는 것 같아요. 동선도 웬만하면 정해놓지 않고 여기저기 갈 수 있게끔 펼쳐놓는 작업을 선호하고 있기도 해요.


7. 작가님의 공간에서 캔버스라는 매체가 가지는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캔버스라는 매체가 제 작업에 가지는 의미는 그것이 작업의 시작점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그 안에 있는 소재를 오브제로 만들어내면서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 가잖아요. 캔버스가 설치됐을 때, 저는 그 캔버스 작업을 회화라고 생각 안 하고 하나의 설치 오브제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캔버스의 옆면도 웬만하면 다 깨끗하게 마감하려고 합니다. 단순히 회화 작업 전면에 집중하는 작업이 아니라 그 캔버스 하나하나가 설치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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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어디예요 글쎄, 45.8x52.7cm, oil on canvas, 2023
여기가_어디예요_글쎄,_45.8x52_.7cm,_oil_on_canvas,_2023_.jpeg
그래 한 번 들어나보자, 45.8x52.7cm, oil on canvas, 2023
8. 작가님이 언급하셨던 생경한 경험이라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정말 처음 보는 것을 보고 생경하다고 느끼는 게 아니라 익숙한 것을 보다가 갑자기 다른 시야가 보일 때 저는 생경하다고 많이 느끼거든요. 그래서 헤테로토피아 전시를 할 당시에 저는 통학 시간이 1시간 정도 됐는데, 그 길에서 봤던 요소들을 하나하나 다 작품에 집어넣었어요.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가 현수막이 늘 걸려 있던 자리에 현수막이 교체된다고 없으면 그 기둥 하나가 되게 새로워 보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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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테로토피아;일상] 전시전경
9. 작가님의 작업을 이루는 요소를 보면 대부분 직접 만든 것들로 공간을 구성하는 것 같습니다. 이유가 있나요?

이미 만들어져있는 것을 그대로 쓸 수도 있는데 그런 것들을 직접적으로 보여줬을 때 사람들은 오로지 그것 자체에만 집중하기 마련이거든요. 근데 저는 원래 있는 것을 추상화하다 보니까 어떤 물체가 그대로 나왔을 때 관객들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것 같아서 최대한 피하려고 합니다. 레디메이드를 생각해 보긴 했는데 약간 좀 피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10.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레지던시에 지원할 것 같습니다. 기회를 찾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해보려 해요. 공모를 내보던가, 전시 공간을 찾아다니면서 그 공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고도 합니다. 그래야 더 좋은 작업이 나올 것 같아요.


11.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저의 부족한 인터뷰 정리 잘 부탁드립니다. (웃음)
interviewer_박성호(KNOT:)

권민주 @gwon__m
노트(KNOT:) @knot_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