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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적 진화에서 선택적 진화로
방정호(미디어아티스트)
방정호작가님.jpg
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영상 미디어 작가 방정호라고 합니다. 주로 2D와 3D 영상 작업을 하고 있고, 모션이나 애니메이션으로 프로젝션 매핑, 미디어파사드, NFT, AI, 메타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2. 좋아하는 작가가 있을까요.
 
- 현재 서울에서 활동하시는 1세대 비디오 아티스트 고창민 작가님과 대구에서 설치 작업을 하시는 이은재 작가님 그리고 매체 미디어 작업을 하시는 신기운 작가님을 좋아 합니다. 이은재 작가님과 신기운 작가님은 자주 뵙는데 실제로 인품이 너무 좋으셔서 작업 뿐 아니라 다른 외적인 부분에서 많은 배움을 주십니다.
 
3. 작품을 창작할 때 아이디어를 얻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나요.
 
- 평소에 다양한 분야에서 아이디어가 얻는 것 같습니다. 영상과 이미지, 문학과 미학 서적들에서 영감을 받고, 최근에는 AI를 사용하면서 많은 자극을 받습니다. 덧붙여 말씀드리면, 제가 영상분야라 영화, 실험, 모션, 애니, 공연, 뮤비 등등 가리지 않고 봅니다.



4. 선택적 진화 시리즈에서 다뤄지고 있는 인간과 기술, 기계간의 관계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 제가 학생일 때 작업한 ‘실험뮤직비디오 Abortion’이 시작인 것 같습니다. ‘Abortion’은 ‘낙태’라는 의미인데, 인터넷에서 우연하게 낙태 과정의 영상을 보았습니다. 낙태하는 과정이 이미 산모의 배안에서 해체를 시켜 나오는 모습이어서 당시 엄청난 충격을 받았는데, 생명이 이어지고 유전자가 전달되는 자연적 과정이 인간의 기술로 그렇게 인위적으로 조작될 수 있다는 사실이 당시에는 너무나도 생경하게 느껴졌습니다.
 
이후에 연관된 작업을 하였는데, ‘단편실험애니메이션 Products'입니다. 나이지리아와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자행되는 ‘아기공장’과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선진국에서 벌어지는 ‘개공장’에 대한 영상입니다. 실제로 나이지리아에 ‘아기공장’이 있고, 10대의 여성들은 허름한 창고에 가둬지고, 한 사람만 겨우 누울 수 있는 공간에서 아기만 계속 낳습니다. 태어난 아기는 전 세계로 팔려나가 장기이식공급원, 불법의료실험 등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이 됩니다.

같은 경우로, 반려동물을 많이 기르는 현재에도 강아지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며 브랜드 개들은 케이지 속에 가둬져 새끼만 낳고 나아진 새끼는 팔려 나가며 죄책감 없이 구매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생각과 이전에는 출산을 하는 것이 신성하고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여겨졌지만, 현대 사회에서 기술은 이러한 과정을 근본적으로 변형시키고 왜곡하고 있는 것에 대한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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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s, 2D Animation, 4’42’’, 2014 (https://www.youtube.com/watch?v=iuiyLu6osog)
이렇게 '실험 뮤직비디오 Abortion'에서 시작된 충격과 의문은 이후 ‘단편실험애니메이션 Products’ 작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작업들을 통해 저는 인간과 기술, 그리고 기계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하고 변형되는지를 더 깊이 탐구하게 되었습니다.
 
5. 작가는 ‘선택적 진화’ 시리즈에서 인간, 기술‧기계 그리고 자연에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특히, 기술의 발달에 따른 신체 변형 혹은 복제, 대체에 관해 어떤 입장을 견지하고 있나요.
 
- 저는 인간은 영원히 살고 싶어 하는 본능이 내제 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기를 낳는다고 볼 수 있는데, 현대 사람들은 어려운 환경으로 인해 비혼주의자, 딩크족 같은 사람들도 있지만, 삶이 풍족한 사람들은 아이를 많이 가지며, 자신의 유전자를 많이 퍼트리려고 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라고 보여 집니다. 현재는 기술의 계속적 발전으로 인공심장과 같은 장기, 뼈와 같은 성분인 재료로 3D프린트를 이용하여 만들어진 인공뼈로 신체를 교체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과거에서부터 자연적으로 인류가 진화해 왔다면, 현재는 질병이나 사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대체 팔을 선택하고, 인공심장과 같이 기계화된 장기를 선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우리가 과거의 자연적 진화에서 선택해서 진화를 할 수 있는 ‘선택적 진화’의 단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6. ‘Organ Garden Factory’의 영상 작업에서 나오는 조형물을 현실에 구현한 작품을 봤습니다. 작가님이 말씀하시는 ‘더 나아가서는 개인이 식물을 기르듯이 우리 신체일부를 기르고 교체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라는 작품의 주제는 영상으로서 관람자에게 짧은 시간 명확한 내용을 전달 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영상에 작업을 현실의 조형물로 가져온 이유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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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gan Garden Factory, 3D Animation, 1'08'', 2022 (https://www.youtube.com/watch?v=tqLI9DJ2a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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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gan Garden Factory, 2022, 혼합매체, 218x218x190cm
- 저는 저의 생각과 연구로 창작된 영상작품이 화면 속에만 머무르지 않고, 만질 수 있는 조형물로 실체화되는 순간 실존하는 현실로 인식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제 작품 세계관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어줍니다. 인간이 가진 능력 중 가장 대단한 것은 상상하는 것을 실제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라고 믿습니다. 예를 들어, 인간을 실험하고 복제하는 영화나 사람들의 뇌에 칩을 이식하여 컴퓨터와 연결하는 뉴럴링크 같은 개념들은 과거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현재는 현실이 될 수 있는 일들입니다. 이처럼 인간이 상상하는 것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조형물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7. ‘선택적 진화’ 시리즈에서 ‘선택’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인간의 욕망으로부터 파생된 ‘선택적 진화’ 속에는 자연을 정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또 다른 욕망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에 대해 작가님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 요즘에는 노화조차도 질병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영원히 살고자 하는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기술적 발달이 자연을 정복하려는 시도로 보일 수 있지만, 저는 인간이 노화를 경험하고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꼭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처럼 변해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봅니다. 인간의 선택에 따라 진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이러한 변화는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과 기술의 발전이 만나 이루어지는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8. 인간 복제와 같은 기술력이 가지는 윤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가령, 장기 기증을 위한 희생되는 복제 인간 혹은 동물, 맞춤 아기와 같은 사례에 관해 언급되는 문제들에 관해 작가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윤리적인 것들의 정의는 계속해서 변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한 질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유전자 조작으로 제거하는 것도 맞춤 아기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현상을 저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상황으로 보고 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 시절부터 현재까지 외적인 모습부터 많은 진화가 일어났듯이,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것들이 당연하게 바뀌어 왔습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으며, 이러한 변화는 우리 사회가 기술 발전과 함께 적응하고 진화하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인간 복제나 맞춤 아기와 같은 기술적 발전은 현재의 윤리적 기준으로만 판단할 수 없으며, 미래에는 또 다른 기준과 가치가 형성될 것이라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인간성과 도덕성을 유지하고, 기술을 인간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9. 과거 2014년도의 작품들은 인간의 생명에 관한 윤리적 문제를 우려하는 듯 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습니다. 또한, 2017년에는 인간의 신체적 결함을 극복하기 위해 시도 되는 다양한 동물 실험에 반대하고 인간의 잔혹함을 고발하는 작업을 진행하시기도 했는데요. 다만 최근의 선택적 진화 시리즈에서는 이러한 윤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언급이 있어 따로 질문 드립니다.
 
- 저는 작업에서 의도를 너무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작가는 새롭고 틀에서 벗어난 생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고발'이라는 단어는 제 작업 의도와는 맞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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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2D Animation, 5’03’’, 2017 (https://www.youtube.com/watch?v=GByjZYjq-o4)
 
2014년도의 작품 ‘Products'는 인간의 생명에 관한 윤리적 문제를 우려하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2017년의 작품 ’Human' 에서는 인간의 신체적 결함을 극복하기 위해 시도되는 다양한 동물 실험과 기술의 발전이 안타까운 면이 있지만 자연스럽게 흘러온 현상임을 보여주었고, 인간이 점점 더 로봇화되어 가고 있다는 주제를 다뤘습니다.
최근의 '선택적 진화' 시리즈에서는 기술 발전이 가져올 수 있는 변화와 그에 따른 윤리적 문제를 동시에 고민하면서, 저는 이러한 변화가 자연스러운 진화의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9-1. 그럼 사람에 대한 이미지를 넣지 않는 이유가 있을까요. 예를 들어 선택적 진화 시리즈에서 사람이 나와서 조립하는 것이 아닌 공과 같은 형태가 굴러와 조립하는 하는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 제가 예전에 그림을 그릴 때도 사람을 작업에 넣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 ‘선택적 진화’ 시리즈 중 3번째 작품부터는 사람이 출현을 합니다.
 
10. 선택적 진화 시리즈의 일부인 를 NFT 영상으로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 저는 를 NFT 영상으로 만든 것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교수님이신 신기운 작가님께서 지인의 NFT 갤러리 설립 소식을 전해주시며, 소속 작가로 작품 활동을 권유하셨습니다. 이 계기로 NFT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NFT 영상 두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NFT 갤러리 설립이 무산되었고, 이미 만들어진 작품을 가지고 ‘매일경제신문사’에서 주최한 '제 1회 대한민국 NFT 디지털아트 대전'에 출품하게 되었습니다. 운 좋게도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10-1. 저도 졸업 이후 작업을 하기 위해서 친구들과 같이 살면서 작업실도 같이 구하고 각자 회사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작업했던 기억이 나네요.
 
- 예술 영역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저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 열정으로 작업에 몰두하곤 했습니다. 학교를 다닐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작가 활동을 하면서도 파트 타임으로 영어입시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짧은 시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작업을 병행 하는 것은 쉽지 않았고, 생계가 어려워지면 비굴한 모습을 보여야 할 때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제 자신에게나 작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어느 순간 저는 제가 처한 환경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주위 많은 작가들이 비슷한 시기에 같은 경험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우선순위를 다르게 두고, 꾸준함을 유지하려 노력했습니다. 학부 때 저의 교수님이셨던 장두일 작가님께서 "길고 꾸준히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생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해주셨고, 당시 그 말씀을 크게 들은 것 같습니다.
제 경험이 모두에게 해당되지는 않겠지만, 예술 활동을 지속하려는 초기 작가들에게 생계의 안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씀 드리고 싶었습니다. 생계를 뒷받침할 수 있는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고, 꾸준함을 유지하며 작업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11. 앞으로의 활동계획을 알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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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ficial Eden, AI, 2024
- 현재 저는 작업과 강의, 수업, 프로젝트 등에 중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서울의 NFT 기업 ‘옐로스톤’과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현재 활동들 뿐 아니라 NFT 작업도 지속할 계획입니다. 또한, 올 후반기에 몇 차례 전시 계획도 논의 중에 있습니다. 주위에서 도와주시는 분들 덕분에 이러한 활동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12. 끝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은 작가인데, 제가 노트의 첫 번째 인터뷰 작가라서 너무나 영광스럽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제 작품과 작업 과정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많은 도전과 성장을 통해 더 나은 작품을 선보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Interviewer_박성호, 박준석(KNOT:)

방정호 @jungho_bang
노트(KNOT:) @knot_review